김동화 목사
이채영 형제는 삶의 현장과 신앙의 통합을 위해 선교적인 삶을 살아가려고 애쓰는 신앙의 동지이다. 그와 나는 우리가 가진 신앙이 서구의 계몽주의 이후의 세속화의 산물인 이원론적 세계관에 깊이 물들어 있음을 깨닫고 성경적이며 통합적인 세계관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만났다. 세상을 성(聖)과 속(俗), 영(靈)과 육(肉)으로 나누고 신앙을 성(聖)과 영(靈)의 영역에 머무르게 한 이원론적 세계관은 오늘날의 한국 교회가 보여주는 기복(祈福)적이고 세속화된 모습과 무관하지 않다. 그리고 산업화가 가져다준 개인주의, 세계화가 가져다준 무한경쟁 속에서 오늘날의 교회는 거의 속수무책으로 무너져가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통합적 세계관과 성경적 공동체(대안 사회), 즉 보내심을 받은(missional) 성육신적 교회의 본질 회복이 우리가 함께 꿈꾸는 것이다.
이 책은 날마다, 순간마다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선 환자들을 위해 사투를 벌여야 하는 외과 의사이자 다섯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한 이 선교사의 하나님 나라를 향한 순례의 여정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선교사로 방글라데시에 가려고 준비를 마쳤고 통합 사역 훈련까지 마쳤지만, 자신의 계획을 내려놓아야 하는 아픔과 좌절도 맛보았다. 그러나 그 어려움을 이기고 오히려 삶의 현장이 곧 선교지이며 삶의 모든 영역에 하나님의 나라가 임해야 함을 보여주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도전을 주고 있다.
앞으로도 그가 가야 할 순례의 길이 늘 순탄하지는 않을 것이며, 더욱 성숙해져야 할 부분도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이 선교사는 이러한 신앙과 삶의 여정에서 점점 더 지평을 넓혀갈 것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상황은 더욱 각박해지고 있고 기독교는 점점 더 주변부로 밀려나고 있다. 서구 사회에서 이미 기독교는 이미 공적인 영역에서는 별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고 지극히 사적인 영역으로 밀려났으며, 그리스도인은 소수자로 살아가야 하게 되었다. 이러한 시대 상황은 기독교가 공인되기 전 3세기 동안의 상황과 비슷해졌다. 오랫동안 누려온 특권을 잃어버린 기독교는 이제 오히려 본래의 모습을 되찾을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이 선교사의 삶이 이러한 시대 상황에서 복음과 그리스도인, 교회(공동체)의 참모습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으로 계속 변해가서 함께 순례의 길을 가는 나와 같은 사람에게도 큰 격려가 될 것을 바라보고 기도한다.